CULTURE

[영화] 미쓰백 ; 과거의 폭력을 넘어

이써 2020. 8. 12. 17:22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과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운전노동자 폭행 사건을 보고 어떤 감정이 드는가?

조선일보 방상훈의 10살짜리 손주의 갑질은 어떤가?

한진그룹 조씨 일가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사회 이슈가 되는 이런 사건들을 보고 비도덕적인 모습에 대부분 분노를 느낀다. 

혹은 '난 저 정도는 아니야'라는 안도감이 들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을 유발하든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난 얼마만큼 폭력적인가?'

 

먹고사는 문제가 판단과 선택의 기준이 되는 사회가 되면 쉽게 폭력을 용인한다.

필요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수직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한 지시를 한다.

생사여탈권이 권력이 되어 을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강압과 착취를 행사한다.

오랜 시간 굴욕과 모멸감이 응축되면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다른 대상을 찾게 된다.

익숙해진 폭력은 다시 폭력을 확대 재생산하고 결국에는 일상화된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인간은 폭력에 길들여진다.'

 

 

[미쓰백]

2018년 10월 개봉

감독 이지원

 

 

주인공인 '백상아(이하 미쓰백)'는 어린 시절 학대의 경험이 있고, 부당한 사법 판결로

전과자가 되어 살아간다.

과거를 떠올리지 않으려는 듯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이것저것 일을 한다.

 

동네에서 지저분한 옷을 입고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앉아 있는 '지은'을 보게 된다.

미쓰백은 그 아이를 통해 자신을 보게 된다.

 

미쓰백은 지은에게 자신을 가족 관계인 '언니'의 호칭이나

일반 관계를 의미하는 '아줌마'라는 호명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자신을 '상아'라는 이름으로 말하지 않는다.

 

"미쓰백. 그렇게 부르라고."

가족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한 '백상아'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모가 물려준 성으로 자신을 지칭한다.

 

지은은 아동학대를 당한다.

 지은이의 부모 역시 학대의 피해자로 성장했고

다시 그 과정을 답습한다.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모하는 악순환이다.

 

상아는 선택의 기로에서 악을 단절한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아 본 기억이 없는

상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사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여성의 불행한 과거와 아동학대는 다소 진부하다.

하지만 백상아 역을 맡은 한지민은

세상에 대한 염세를 잘 표현했다.

(백상아의 거친 피부도 한 몫했다.)

죄책감을 갖은 형사는 사회의 필요악을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또한 악을 행하는 주미경이 교회에 나가는 장면은

외형을 중시하는 현상을 지적하는 부분이라고 보인다.

 

흡인력 있는 초반부에 비해 결말은 역시나 진부하다.

세상을 직시하지 못하면 본질을 보지 못하며, 스스로를 기만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결말을 바랐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악은 주변에 널려있다.

스스로가 '폭력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한다면 내재된 폭력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직접 악을 행동하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악에 방조하거나 관계한다.

모두가 선한 자로 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악에 관계되는 일을 차단하거나 악을 지원하는 일은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혼자의 힘으로 자신을 지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에는 불가능하기에

각자도생의 사회보다는 협동과 연대가 중시되는 사회구조를 생각할 적절한 시기다.

사회 구성원들의 보다 많은 질문과 합리적 의심은 사회정의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러한 모두의 노력은 악을 소멸하지는 못 해도 줄일 수는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악은 불평등과 무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설의 마지막 문구를 수정해야겠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폭력에 길들여진다.'